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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나가사키 시내관광 1일본 철도 여행기/230126 북큐슈 리벤지 매치 여행 2023. 2. 19. 19:06
동네 풍경은 꽤 시골같지만 여기도 일단 나가사키 시계 안이다...
하교하는 학생들과 버스를 타고 다시 산을 넘어 시민회관역 근처에서 하차.
여기서 트램을 탈까... 하다가 그냥 걸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걸어가던 중 발견한 나가사키 은행 본점.
꽤 오래된 느낌인데 1924년에 준공된 건물을 계속 사용중이라고 한다.
나가사키 시내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나카시마 강엔 수 많은 다리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 제일 유명한 다리는 바로 이 메가네바시일 것 같다.
1634년에 건설된 일본 최초의 석조 다리라고 한다.
수면에 비친 다리의 반영이 다리와 합쳐져 안경같이 보인다고 메가네(안경)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등불이 많이 걸려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나가사키 등불축제 기간에 가서 그렇다...
음력 설을 맞이해 15일 간 열린다는데 솔직히 이런 축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나가사키에 갔음;;
메가네바시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오면 노면전차 노선이 강을 건너는 것을 볼 수 있다.
(4계통과 5계통 열차가 이 다리를 지난다)
5계통으로 운행중이던 나가사키 전기궤도 300형 전차.
사진을 따로 찍진 않았지만 여기에서도 애니메이트에 갔었는데 뭐가 많진 않았다.
이 곳 역시 여성향 6, 남성향 4라는 느낌이었다.
짧은 애니메이트 구경을 마치고 이번엔 오우라 천주당을 보러 이동했다.
오우라 천주당역에서 하차해서 작은 개울을 건너면 언덕길이 나오는 데, 이 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된다.
언덕길에는 글로버 거리(グラバー通り)란 이름이 붙어있는데 토마스 글로버라는 19세기 상인의 이름이 유래이다.
토마스 글로버는 막부 말기에 나가사키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상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조슈 번(현 야마구치 현) 출신의 5명의 영국 유학을 돕기도 하는 등 이것저것 활동을 많이 했다.
메이지 정부와도 우호적인 관계로 지내던 그는 일본의 근대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되는 듯 하다.
그가 살던 나가사키의 저택은 지금은 글로버 정원(구라바엔)이란 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언덕을 올라가면 구라바엔이 나오기 때문에 아마 글로버 거리란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구라바엔은 개항지의 대표적인 건물이자 서양과 일본 전통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정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체력도 딸리고 시간도 많지 않은 것 같아 가보진 않았다.
나가사키 짬뽕하면 대표적으로 추천되는 식당인 시카이로의 본점이 바로 이 글로버 거리에 있다.
1899년에 청나라에서 건너온 천핑순이란 사람이 연 식당인데 나가사키 짬뽕/접시우동의 발상지라고 한다.
당시 청나라 유학생들에게 싸게 음식을 공급하면서 잔반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듯 하다.
나가사키하면 보통 짬뽕이나 카스테라를 떠올릴텐데 짬뽕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가 보진 않았다.
게다가 인터넷 잘 찾아보면 후기도 많고...
언덕을 오르면 하얀 성당이 보이는 데 이 곳이 오우라 천주당이다.
천주당(天主堂)이란 이름에서 감이 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곳은 일본 천주교 유적지이다.
정식 명칭은 일본 26 성 순교자 성당이고, 바로 옆의 다른 건물들까지 포함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그리스도교 계열 종교 중에서맨 처음으로 일본에 발을 딛은 종파는 센고쿠 시대 무렵에 전래된 가톨릭이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잡은 이후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게 된다.
이러한 박해 중 하나로 1597년에 26인의 천주교인들이 나가사키의 니시자키 언덕에서 십자가형을 당하게 된다.
여기엔 6명의 외국인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1862년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된다.
한 편, 메이지 시대에 외국인에 한해 신앙 활동이 허가되면서 1864년 오우라 천주당이 준공된다.
26인의 순교자에 대한 헌당식은 1865년에 이루어졌는데 당시엔 프랑스인 전용의 예배당으로서 건설되었다.
그런데 헌당식 이후 박해를 피해 숨어있던 신자들인 잠복 키리시탄들이 성당을 찾아오게 된다.
당시 메이지 정부는 이 때까지도 계속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양의 천주교 박해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다 보니 결국 19세기 말에 정식으로 종교의 자유가 선포된다.
하여간 이러한 일련의 스토리가 담겨있는 곳이 바로 이 곳 오우라 천주당이다.
이러한 역사성을 인정받아 나가사키 지역의 12곳의 천주교 유적지가 2018년에 세계 유산으로 인정된다.
이 유적지들은 <나가사키 지역의 은둔 기독교 유적지들>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성당 내부와 성당 부속 건물을 둘러보는데 무려 1000엔..
그래도 가톨릭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가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오우라 천주당은 3개의 탑으로 구성된 고딕풍의 구조에 살짝 바로크풍이 감미된 디자인이라고 한다.
천주당 입구엔 하얀 성모 조각상이 있는데 받침에 신도발견기념이라고 적혀 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성당 건설과 동시대의 조각상이리라.
아쉽지만 예배당 내부는 촬영 금지이기 때문에 사진을 따로 남기진 못했다.
성당 내부는 예배당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현재는 이 곳에서 미사가 집전되진 않는다고 한다.
유럽의 고성당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스테인글라스며 기둥에 걸린 십자가의 길 조각이며...
예배당을 나오면 일본풍의 4층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은 구 라틴 신학교라는 건물이다.
정식 이름은 나가사키공교신학교였다고 한다.
오우라 천주당 건설 당시에 나가사키에 착임한 신부 프티장(Petitjean)이 주도해 지은 학교 겸 숙소이다.
금교령이 폐지되자 프티장 신부는 일본인 사제 양성을 위해 신학교 설립을 계획했고 이 신학교가 지어졌다.
신학과 철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도 교육되었고, 모든 교육 과정이 라틴어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재 이 건물은 키리시탄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되어 일본의 천주교 관련 자료 전시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둘러보는데 급급해서 사진을 남기진 않았는데 영어로도 설명이 잘 적혀 있어서 영어 실력만 되면 볼 만 한 듯.
일본 천주교의 역사 안내자료와 함께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부지 진입 시 구매한 입장권으로 들어가서 둘러볼 수 있어서 사실 안 갈 이유도 없다...
예배당의 옆 모습. 진짜 아름다웠다
박물관까지 다 둘러보고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한국어로 된 기념비가 있다길래 보러 이동했다.
비석에 갈매못이라고 적혀있는데 갈매못 성지는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곳이다.
사진에 나와 있는 다블뤼 주교, 오메트르 신부, 루카 신부, 장주기 요셉은 모두 1866년 3월 30일에 순교했다.
1846년 프랑스의 세실 사령관이 보령의 외연도에 기해박해에 대한 항의 서한을 남기고 떠난 일이 있다.
이에 분노한 흥선대원군은 1866년, 5명의 신자를 갈매못으로 끌고 와서 전부 목을 쳐버린다.
왜 굳이 갈매못?? 싶을 수도 있는데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먼저, 외연도와 가까운 육지에서 처형을 하기 위해서 그나마 외연도와 가까운 갈매못을 선택했다고 한다.
여기에 고종의 혼인이 얼마 남지 않아 점을 친 후 한양에서 250리 밖에서 형을 집행하기로 했다는 듯 하다.
따라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갈매못에서 효수가 집행된 것이다.
5명의 순교자 중 황석두의 유해는 고향 연풍에, 나머지는 갈매못 처형 현장에 대강 매장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 넷의 유해는 서짓골 성지를 거쳐 나가사키, 명동 대성당, 그리고 마지막엔 절두산 성지로 이장된다.
오우라 천주당을 뒤로 하고 역으로 향하는데 기념비가 많이 보였다.
의외의 사실인데 일본 최초의 국제 해저통신선은 도쿄가 아닌 나가사키가 기점이었다고 한다.
나가사키와 블라디보스토크 및 상하이를 잇는 해저 전신선이었다고 한다.
건너편엔 볼링핀 모양의 기념비가 있었는데 일본 최초의 볼링장도 나가사키에 위치했다고 한다.
1861년 6월에 영자신문에 광고가 났었고, 그 이후엔 요코하마와 고베에도 볼링장이 생겼다고.
다음 역인 오우라카이간도리와 이전 역인 이시바시 간의 구간은 단선으로 되어있다.
역의 전반적인 모습.
원래 천주당을 다 둘러본 뒤에 바로 데지마를 가보려고 했는데 점심을 안 먹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
신치츄카가이역에서 내려서 뭔가를 좀 먹고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일본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라고 불린다는데 나가사키 중화가는 그렇게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다.
거꾸로 뒤집어진 '복'자 장식을 보니 내가 정말 중화가에 있긴 있구나 싶었다.
열려있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서 뭘 먹어볼까?? 싶었는데 아뿔싸...
다들 브레이크타임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고 떠날 수는 없었기에 노점에서 고기만두를 사서 먹었다.
300엔인가 400엔인가 그랬는데 맛은 있었지만 사이즈가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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