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때는 7월.
당시의 나는 끝나지 않는 밤샘 실험에 고통받으며 매일 매일 말라가고 있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에 치여 살던 나에게 유일한 구원은 바로 돈을 쓰는 것이었다;;
굿즈도 사고 과금도 하고 망원렌즈도 사고...
즐겁긴 했지만 뭔가 마음이 확 메워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상황.
그렇게 나는 여행을 결심했다.
여름이었다.
Co-work을 하면서 실험을 해야하는 대학원생의 큰 문제는 바로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다는 점이다.
그야 언제 뭐가 올 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눈치 안 보고 여행을 가기 최적의 타이밍은 연휴가 겹쳐있는 추석 기간이 좋겠단 결론에 도달.
시간을 정했으니 어딜 갈까 고민하던 중 마침 도쿄에서 유학중인 친구 J가 생각이 났다.
J 얼굴 본지도 오래 되기도 했고 함 얼굴 볼까 싶어서 연락하니 또 마침 추석 기간에 시간이 된댄다.
추석에 한국 오려나 싶었는데 못 온다니 이건 못 참지 ㅋㅋ 싶어져서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봤는데...
문제는 고민하던 도중 7월은 8월이 되어 있었고 1달 뒤 비행기 + 성수기 크리로 가격은 둘째 치고 표가 없음;;
스카이스캐너로는 원하는 표가 안 보여서 트리플에 접속하니 김네다 왕복표가 70을 살짝 넘는 가격에 나와 있었다.
그래서 예약했다. 김네다를...
이른 오전 입국에 오후 출국이라서 꽤 무난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긁었다.
고민하면 표만 사라질 뿐이라는 걸 알고 있기도 했고.
비행기표도 끊었으니 이번엔 숙소 예약을 할 차례였다.
5년 전에 도쿄를 갔을 때엔 시나가와에서 지냈는데 이번엔 어디서 지내는게 좋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토요코인을 써 보자 싶어서 토요코인에서 제일 이름이 마음에 끌리던
칸다 아키하바라점을 예약했다.
(나중에 난 이걸 살짝 후회하게 된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 두 개를 해결하고 여행 계획을 짜려고 했는데
아 ㅋㅋ 하필 도쿄경마장 문 안 열었을 때 가는거냐고~~
하필 귀국하는 주의 다음 주가 도쿄 경마 시작일...
게다가 귀국하는 날 스프린터즈 S가 있어서 G1 경기 구경도 놓치는 기괴한 상황이 발생.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럼 나카야마랑 오이 구경 가야지 싶었는데 오이 경마는 또 개최일이 아님;;
결국 나카야마와 후나바시 경마장을 둘러보고 나머지 시간엔 그냥 맘 편하게 시내 구경을 하기로 결심.
전망 좋은 곳에 가려면 미리 예매하는 게 좋겠지?? 싶어서 일단 스카이트리만 예매.
450m 패키지로 끊을까 하다가 그거로 끊으면 흑우라는 친구의 조언이 있어서 그냥 350m만 끊었다.
여행 가기 일주일 살짝 더 전에 찍었던 일정표.
아직 간 것도 아닌데 뭔가 일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4일 쉬다 오니까 개같이 일하고 개같이 놀다 와야지...란 마인드로 일하니 좀 버틸 만 했다.
어찌됐든 이리저리하여 J를 보기 위한 여행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9월의 어느 시원한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