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병용궤도를 만나다, 쿠마모토 전기철도 2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플랫폼에 열차가 들어와 있었다.
쿠마몬 천지의 랩핑이 되어 있지만 열차 자체는 도쿄메트로 출신 01계 전동차였다.
여기서 열차 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싶었는데 나 말고도 몇 사람이 더 탑승했다.
근데 한 명은 카메라를 들고 있던 것이 나 같은 철덕인 것 같았다...
어질어질할 정도의 쿠마몬 도배... 하지만 귀여우니까 OK다
목표로 삼은 병용궤도를 보려면 키타쿠마모토에서 열차를 갈아타야만 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이동해서 키타쿠마모토역 도착.
이 곳엔 차고가 있어서 다양한 차량을 볼 수 있었다.
사진에 나온 차량은 좌측부터 도쿄메트로 01계, 도쿄메트로 03계, 도큐 5000계 전동차.
01계는 2015년도부터 2년간 2편성을 받아와 운행중인데 제3궤조집전식 열차를 팬터그래프 탑재형으로 개조.
(원래는 전기를 전차선이 아니라 바닥의 추가 레일에서 끌어왔는데 전차선에서 쓰게 개조했단 소리)
03계는 폐차된 03계 전동차 3편성을 양도받아 사용했다고 한다.
01계가 쿠마모토스러운 랩핑이 된 것과는 달리 03계는 도쿄 메트로 시절의 모습을 유지중이다.
5000계는 초대 5000계 전동차를 도큐에서 1985년에 2량 양도받아 사용한 열차이다.
무려 일본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운용된 5000계 전동차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하지만 부품 수급도 힘들고 냉방 장치도 달기 힘들어서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은퇴식을 거쳤다.
사진에 나온 5101A 차량은 동태보존 후 이벤트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키타쿠마모토역은 2면 3선 형태로 되어 있다.
본선(후지사키구마에 - 미요시)은 1, 2번 홈에서, 카미쿠마모토 - 키타쿠마모토 간 열차는 3번 홈에서 발착한다.
5000계는 생김새가 워낙 특이해서 "푸른 개구리"라고들 부르는데 개구리랑 닮았...나?
사진으로 보이는 전면부는 입체적인데 뒷쪽은 평평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평평한 쪽은 "평면 개구리"라고 부르는 듯 하다;
2022년 1월 말에 쿠마모토 전기철도로 양도된 시즈오카 철도 1000형 전동차.
특이하게도 철로가 아니라 트럭을 타고 육로로 반입되었다.
키타쿠마모토역 역사.
낡은 것이 개업 당시의 역사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역에 도착한지 5분도 되지 않아 1번 홈으로 후지사키구마에행 열차가 들어왔다.
열차가 정차하자 마자 바로 뛰어서 열차에 탑승.
병용궤도를 보기 위해서는 쿠로카미마치역에서 하차 해야만 한다.
이름이 흑발거리역이라 좀 특이하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동네 이름 자체가 쿠로카미인데 쿠마모토 대학 뒷편에 있는 타츠타산의 옛 이름인 쿠로카미산에서 유래했다고...
그럼 왜 산 이름이 흑발산이냐 싶을 수 있는데 명확한 이유는 없고 여러 설이 있다고 한다.
산에 짙은 초록의 활엽수림이 있었어서, 강이 검게 물들 정도로 시체가 많이 떠 내려와서 등 설은 많은 듯.
타츠타산이라 불린 게 헤이안 시대(794~1185)라고 하니 오래된 역사가 담긴 이름이다.
근처 학교를 의식 했는지 등교 시간대에만 유인역으로 운영되고 나머지 시간대는 무인역으로 운영되는 듯 했다.
이렇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역이지만 그래도 열차는 많이 정차하는 듯 했다
1면 1선의 아~주 단순한 구조.
역 자체가 뭐가 특별히 많은 건 아니었어서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병용궤도 쪽으로 향했다.
역을 나와 남쪽으로 한 5분 정도 걸어가면 고등학교가 하나 나오고...
그 곳에서부터 150m 정도의 짧은 병용궤도 구간이 시작된다.
병용궤도라는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도로 위에 부설된 철로를 일컫는 말이다.
도로 위를 주행하는 열차를 위한 철로라는 점에선 트램이 다니는 곳도 병용궤도라고 볼 수 있다.
궤도법(노면전차가 다닐 때)이 적용되는 병용궤도도 있지만 철도사업법(중전철이 다닐 때)이 적용되는 곳도 있다.
궤도법이 적용된 대표적인 구간은 케이한 케이신선이나 각지의 트램 노선등이 있다.
철도사업법이 적용되었고 현역인 케이스는 에노시마 전철선과 이 곳 후지사키선 두 곳 뿐이다.
그런데 왜 150m 구간만 병용궤도 형태로 되어있나 싶을 수 있는데 여기엔 또 나름의 역사가 담겨있다.
쿠마모토 전기철도의 전신인 키쿠치 궤도는 1911년 카미쿠마모토 - 후지사키구마에 사이에 철도 노선을 부설한다.
지금의 후지사키선은 ㄱ자 형태를 그리지만 당시의 노선은 ㄴ자 형태를 그리며 후지사키구마에역을 지났다.
선로가 연결되어 있어 대~충 스위치백 형태로 북쪽으로 쭉 이어지는 형태였고.
하지만 1954년 카미쿠마모토 - 후지사키구마에 구간의 옛 노선이 폐지 되면서 부지는 고스란히 시 교통국으로 양도.
옛 노선은 시영 전차 츠보이선으로 운영되다 1970년에 완전히 폐선된다.
어쨌든 여긴 키쿠치 궤도 시절에 노면전차로 허가 받아 건설된 구간이라서 도로 안에 철로가 부설되어 있다...
도로엔 열차주의라고 표지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철로와 민가 사이의 거리가 꽤 가까운데 왠지 모르게 삼학도선 풍경이 생각났다.
열차가 병용궤도 구간에 접근할 때는 저 등이 깜빡거리고 주변 건널목에서 벨도 울린다.
병용궤도의 전체적인 모습. 도로를 따라 나 있어서 그런가 S자 형태로 구불구불한 느낌이다.
한 5분 정도 기다리니 03형 전동차가 쿠로카미마치역 방향으로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03계가 쿠마덴으로 넘어 오면서 03형으로 명칭이 바뀜. 다른 열차들도 숫자는 그대로 남았다)
소형차라도 좋으니 같이 지나가는 걸 찍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오토바이 한 대만 지나가더라...
병용궤도를 다 보고 후지사키구마에역 방향으로 걸어가다 발견한 간지나는 자동차.
BMW의 2002Tii라는 차종인 듯 하다. 전세계에 38,000대 정도 팔렸다는 듯 하다
노선을 따라 쭉 걸어가는데 이번엔 후지사키구마에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와 마주쳤다.
낮선 큐슈의 땅에서 도쿄의 전동차를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따로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후지사키구마에역의 뒷 모습.
<참고자료>
https://dodochan.net/tomaru/kikureki.htm
熊本と~まる:菊池電車:歴史
明治中期から大正はじめにかけて 全国に数多くの軽便鉄道が創設された。 そのほとんどは電車変更に失敗したり モーターリゼーションの波に押され消滅した。 熊本電鉄は 軽便鉄道生き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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