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큐슈 북단의 관광 노선, 모지코 레트로 관광선
그렇게 해안을 따라 쭉 걸어가니 이상한 비석이 보였다.
1872년 일본 국내 최초의 해저 전신케이블이 설치되었다는 기념 비석이었다...
비석 왼쪽으로는 객차 한 대와 기관차 한 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기관차는 교직류 겸용 전기기관차인 EF30형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칸몬 터널(철도 터널)은 직류로, 카고시마 본선은 교류로 운영되어 교직류 겸용 기관차가 필요했던 것.
해수로 인한 부식을 막기 위해 차체가 스테인리스강으로 되어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참고로 이 곳에 전시되어 있는 기관차는 1호기, 즉 시제차이다.
원래는 들어가서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안 되는 듯 했다.
한 편 객차는 오하35계 객차였는데 3등칸으로 운영되던 객차로 브레이크가 달려있다고 한다.
객차는 1948년 제조, 기관차는 1960년 제조로 실제로 붙어 다녔던 조합은 아니다...
다만 두 차량의 운행 시기가 엇비슷해서 당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연결해서 전시중이라고 한다.
두 차량 모두 원래 코쿠라 성쪽에 전시된 녀석들이었지만 관광선 개통에 맞추어 이 곳으로 이전되었다고 한다.
이 날 오전 최우선 목적이었던 모지코 레트로 관광선을 타러 칸몬카이쿄메카리역에 들어왔다.
아까 전에도 봤지만 관광 노선이라 그런가 배차가 촘촘하지 않다.
이 노선은 헤이세이 치쿠호 철도가 운영하는 관광 노선으로 여기서 큐슈철도기념관역까진 무려 300엔이나 받는다;;
(정확히는 선로는 키타큐슈시가, 차량은 치쿠호 철도 측이 소유하는 상하분리식 형태)
원래 모지코역에선 이데미츠미술관 근처의 소토우라역까지 북쪽으로 작은 화물 지선이 뻗어 있었다.
여기에 소토우라역에서 더 북쪽의 타노우라역까지 이어져 있는 화물 노선인 타노우라 공공임항철도도 있었고.
쇼와 시대엔 많은 화물열차가 지나 다녔던 듯 했으나 타노우라 임항철도는 2005년 정식으로 영업 휴지가 되었다.
그렇게 화물선이 버려지나 했는데 1991년부터 모지코역 부근의 관광 사업이 계획되며 관광열차 운행이 검토되었다.
그리고 2009년에 두 화물 노선을 이어 붙여 만든 모지코 레트로 관광선이 운행을 개시한다...
칸몬카이쿄메카리역에서 왔던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화물선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사실 산 너머에 관광선의 차고가 있어서 계속 이용되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다.
신호기도 남아 있었고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부족했고 화물차가 너무 많이 다녀서 GG.
열차 시간이 다가오니 한 6~7명 정도가 모이기 시작했다.
플랫폼 입구에 줄 서있으니 직원이 와서 표를 확인하고 탑승 도장을 찍어 줬다.
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 드디어 관광선을 달리는 시오카제호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시오카제호의 기관차인 헤이세이 치쿠호 철도의 DB10형 디젤기관차.
큐슈의 지방사철인 미나미아소 철도에서 받아와서 굴리는 디젤기관차로, 최고속도 25km/h의 꼬마 기관차이다.
안에 들어가 있는 기관사 아저씨를 보면 얼마나 작은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토롯코 열차의 내부. 꽤 고급스럽게 되어 있다
열차 내부에서 본 타노우라역 방향 선로.
이 날은 전석 자유석으로 운행되었지만 지정석 객차가 운영되는 날도 있다고 한다.
토롯코 객차로 사용되는 토라701, 토라702 차량.
원래는 시마바라 철도에서 사용되던 객차인데 국철시대 토라 70000형 화차를 개조해 만든 객차이다.
그러니까 화물 싣는 지붕 없는 차량에 의자도 달고 지붕도 달고 여러모로 개조를 거쳐 운영하는 거다...
칸몬카이쿄메카리역 플랫폼. 레트로 관광선의 모든 역은 다 1면 1선이다.
역을 출발하니 검표하던 직원들이 손을 흔들어주며 배웅을 해 줬다 ㅋㅋ
이 토롯코 객차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터널 안에 들어가면 천장이 다양한 해양생물의 이미지로 빛난다는 것이다.
아마 블랙 라이트 같은 것을 사용한 기믹인 것 같은데 한 번쯤은 와서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까 전에 지나갔던 노퍽광장역.
그 다음 역인 이데미츠미술관역.
참고로 관광선의 티켓이 있으면 미술관 입장권을 살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열차는 아주 느긋한 속도로 모지코역을 향해 달린다. 찾아보니 15km/h 정도의 속도로 운행되는 듯 했다
느긋하게 움직이는 데다 인도 바로 옆을 지나서 그런가 사진을 찍는 행인들이 많이 보였다.
종착역인 큐슈철도박물관역. 여기서 모지코역까지는 2, 3분 걸어야 된다.
플랫폼을 떠나기 전 시오카제호 헤드마크와 열차 전체가 잘 보이도록 한 컷.
보다시피 연류에만 운행되는 노선이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타 볼 기회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시간과 돈이 된다면 꼭! 한 번쯤은 타보는 걸 추천한다. 생각 이상으로 재밌다